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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의 진화 / 김건화 시집

  



구름부족에 들다

 

 



허공의 지문을 새의 눈으로 읽는다

 

 

한때 비바람과의 공모로

목까지 채운 내 탐욕의 단추

여여한 구름 앞에서

눈이 먼 채 비겁해졌다

 

 

고도 높은 하늘에 자작나무를 세워

무지개를 걸어볼까

 

당신이 보낸 전령, 안개의 눈에

비문으로 새겨 넣을 구름부족의 가계도는

두드린다고 다 열리는 문이 아니다

 

 

누군가 호명해주어야 열린는 등용문

 

 

은유의 레일 위에서

화려한 수사의 질척거림으로

그대 영혼 훔치겠다고 밀고 당기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한다

 

 

파란 많은 몽상가의 생에 끼어들어

위태로운 풍문으로 흩어질 수 없어

오리무중 구름의 배후에

, 이제 양 떼를 풀어 놓아야겠다

 

 

새도 우울의 습기로 번져서

생각이 날아다니는 섬

안개도 덩달아 구름부족의 일가가 된다

 

 

 

 

 

수요일의 여자 / 김건화

 

 


장미가시를 건너 밟던 여자

마른 못 둘레를 서성인다

 

 

어제는 다정과 냉정 사이

고쳐 맨 신발 끈이 풀려

진흙 구덩이에 빠져

얼마나 갈팡질팡했었나

 

 

신을 벗어도

못물 건너지 못하는 그녀

소지 닮은 꽆잎에 시를 쓰겠다고

만월에 비춰본다

 

 

온몸이 젖는 줄 모르고

물푸레 나뭇가지 꺾어

가랑비를 부른다

 

 

시름시름 목이 마른 뒤에야

하늘 문을 여는 빗장

잎 돋는 목요일로 건너간다

  

 

단절과 간절 사이 / 김건화

 

 




출구를 찾지 못한 물은

내 안의 살아있음의 증거들

 

 

귀를 잠그고 눈 닫아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방울의 집합체

 

 

부서지는 물의 정령에 놀라

절수 밸브에 발을 올리면

어느 강의 중심에서

흘러와 수평을 조율하는

물의 숨결

 

 

나를 떠나

어디론가 달려가는 물

흐름을 찾아가는 물길이

아슬아슬 수위를 높인다 해도

함부로는

범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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