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

책제목 :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저   자 : 김엄지

출판사 : 민음사

가   격 : 12,000원

출판일 : 2015. 11

주말 출근 산책: ...


#책 소개

  글이 짧다. 현대인의 단조로운 일상, 반복성, 소통의 부재, 지루함, 단편성 등을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글을 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소설 어느 부분을 예를 들어 적어도 처음 부분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중간 중간에 한 단어씩 늘어나는 겪이다. 그래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예를 적었다.


  -59쪽 출근

    출근길에 E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았다. E는 속이 좋지 않았다. 구토를 할 것 같았고, 허기가 돌기도 했다. 그는 배를 움켜쥐고 걸었다. 균형을 잃고 언 길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넘어지지 않았다.

  어제는 너무 많이 마셨어. E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제는 나도 많이 마셨어. 동료 A가 말했다. 어제는 안주가 좋았지. B가 말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자기 혼자만 말하고 있다. 그것도 59쪽만의 내용이 아니라 다른 페이지가 되어도 이 패턴은 변화지 않는다. 단조로운 현대인의 일상과 같이, 혼자서 중얼거리고 다른 이들도 남들의 말을 듣고 경청하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독백을 쏟아낸다. 대화 패턴과 상황은 항상 같다. 일어남, 출근, 점심, 낮잠, 퇴근, 맥주, 여자, 곰팡이, 비둘기, 우산 등 이 단어를 지속적으로 되출이하고 있다. 생각에도 큰 의미는 없다. 의식의 파편을 부여잡고 반복, 또 반복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휴가지에 가서도 이 패턴은 변화지 않는다. 정체 모를 경선을 찾고 생각하고, 술을 먹고, 곰팡이를 보고, C에 영향을 받아 욕을하고 깊은 내용이 없다. 단순하고 지루한 그것도 단편적인 내용의 반복만이 있다. 가장 큰 의미있는 변화는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이다.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뿌듯함의 감정이 일어난다. 그전까지 권태, 게으름, 강박, 지루함의 패턴을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런 후 소설은 끝을 맺는다.  


#느낀점

  젊은 작가다 보니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이 소설도 형식을 통하여 내용을 전달한 것 같다. 짧은 말, 같은 동작과 행동의 반복, 매일 이어지는 똑같은 일상을 출근, 퇴근, 선잠, 여자, 맥주, 산책, 주말, 비, 미래 등으로 제시한다. 그 내용은 큰 차이는 없다. 중간 중간에 여자가 A에서 B로 바뀐다든지 산책의 장소가 바뀌기는 하지만, 말이나 어투에 변화가 없다. 장소가 변화더라도 장소 자체가 의미가 없다. 단편적 의식에서 구성된 장소이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도 곧 주인공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한마디로 낯설고 설레기 보다는 따분한 일상의 반복이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일까? 주인공 E의 사고방식일까? 

  나의 삶은 어떨까? 매일 매일 똑같은 반복은 아닐까?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연결고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를 탓하든, C를 탓하든, 조를 탓하든 나의 삶을 다른 탓으로 미루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설속 주인공이 비를 탓할 때마다 어리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내탓이 아닌 남탓을 하며 남이 볼 때 어리석은 삶을 스스로 못 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하여 현대인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통 부재의 현장을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나는 주말, 출근, 산책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 밥 먹고 맥주를 생각해 볼 것 같다. 내일도 주말, 출근, 산책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맥주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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