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

가시나무 뗏목 / 심수자(4)


제4부 / 홈런 장례식



생각나무 오르기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는 원숭이를

티비에서 보다가 날개도 없이

생각의 가지에 앉아 널을 뛰는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머무는 이곳은

바다에 둘러싸인 고립된 섬이 아닌

사방이 침묵으로 막아선 벽임을 안다


포식자가 이빨 가는 바람 소리도

고립에 고립된 나를 깨트리지 못해서

도려낸 상처 위에 배고픈 황제나비를 앉혀둔다


부풀어 오르는 생각들


정박을 풀고

얼마나 앞으로 달려 나가고 싶었으면

장미가시에 스스로 찔려

통증이란 원숭이를 풀어 놓았을까


더 이상 오를 것 없는 가지 끝에서

출렁임을 만난 나는

발은 미끄러지더라도 추락을 견딜

마지막 꼬리의 힘은

남겨 둔다




오월 감기




어둠의 이마를 짚어 보는 손끝에

물컹한 적막이 만져졌다


지나온 길은 면발처럼 부풀어 올라

검은 목저 위에 얹힌다


한 겹씩 얇게 뜬 적막, 삼킬 목젖이 아프다


눈망울에 든 빈 배가 흔들릴 때마다

오월의 밤에 피는 장미꽃들


화들짝 핀 장미 앞에서

일. 시. 정. 지.

째각거리며 기어가던 자벌레 멈추어 선다


지나온 길, 너도 지우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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