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

제목 : 우리가 녹는 온도

저자 : 정이현

출판일 : 2017년 12월

가격 13,000원


우리가 녹는 온도 ...

# 책소개

  프롤로그에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어떤 눈도 녹는다는 것, 녹고 만다는 것.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설레거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며칠 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리는 눈을 지켜본다고 한다. 눈이 만들어내는 여러 인생살이들의 조각을, 어는점과 녹는점이 같다는 사실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는 눈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이 10개의 짧은 이야기로 제시되어 있다.


#화요일의 기린

  은우와 사슴이(개)의 이야기다. 사슴이는 늙어서 죽어간다. 자신과 함께 한 사슴이가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것을 은우는 슬퍼한다. 병원 검진을 받을 때도 은우는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다. 그러다 결국 사슴이는 죽고, 은우는 또 하나의 세계가 이곳을 떠나고 암흑 속에 갇혔음을 슬퍼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어서 작가의 기억에 대해 제시되어 있다. 작가가 강아지를 가진것은 3~4살 때였다. 하지만, 그 강아지는 사흘 뒤에 죽었다. 그것에 죽음에 관한 첫 기억이다.그 이후로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그와 이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다. 스무 살에 시작한 그 사랑은, 오랜 비밀처럼 지속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머무르고, 은과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춘천의 한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은은 춘천에 가기 싫다. 춘천에는 아버지와 관계된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춘천에 가기 싫어하는 그와 은은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는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다시 바둑기사처럼 복기해 본다. 그리고 2년이 지난다. 은이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 춘천으로 간다고 한다.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 삼십 분 전에 도착했다. 이 년 만에 만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다 괜찮다고, 그들을 서로에게 또다시 말할 수 있을까. 처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어 작가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남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하는 괜찮다는 말, 서로에게 화가 조금씩 쌓이지만 괜찮다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작가는 괜찮다의 어원을 조선 중기 치열한 당쟁의 와중에서, 아무데에도 관여하지 않으면 무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그 언어를 만들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중립을 지킨다는 것, 괜찮다는 말..작가는 어떤 관계든 매사에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곁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 곁에서 마음을 푹 놓아, 사앧가 괜찮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될까봐 몸을 사리게 될까봐서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는 말한다. 괜찮을 땐 괜찮다는 말을,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는 말을, 여하튼 언제나 당신의 진심을 말하라고,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좋은 관계'란 어디에도 없으니..


#안과 밖

  하영은 대학을 가까스로 졸업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일하고 곧 제주로 갑작스럽게 여행을 간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난다. 처음 본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것이라는 예감이 빠른 속도로 스치고 지나간다. 

  동희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믿을만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는 큰 회사의 연구원이고 과묵했다. 동희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뿐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다 주인 남자가 제안했다. 작은 카페에서 일해줄 것을. 작은 카페를 관리하면 된다. 동희와 하영이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은 카페 앞마당에서의 작은 파티때이다. 그 때 동희는 일했고, 하영은 동희를 도와준다. 하영은 숙박일수를 연장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앞바다에 나가 좋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밤, 동희는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그는 문득 자신이 떠나온 곳이 서울이기 때문에 다시 서울로 가면 다른 이들처럼 보통의 연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영은 떠났고 동희는 남았다. 그리고 하영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동희의 시간은 제주도에서 그대로 흘렀다. 하영이 취직하고 나서 연락의 간격이 벌어졌다. 출근 시작한지 일주일째, 전화기가 울렸다. 동희였다. 그들은 같은 도시에 있게되었다. 하영이 탄 열차는 흔들리며 앞으로 갔다. 점점 더 먼 곳으로..

  

  이어 작가의 말이 나온다. 작가도 제주에 머문 적이 있다. 원고의 진도에 놓치지 않고, 숨도 쉴 수 있을 것 같아 갔다. 그는 그저 바깥에 있기를 바랬다. 제주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와 사랑에 빠졌다가 일상으로 돌아와 이별을 맞는 경우를 여럿 알고 있다. 낯설고 매혹적인 시공간을 공유했다는 우연이 둘을 특별한 운명의 관계로 이끌었으나, 시공간이 달라지만 그 마법의 힘이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느낀점

  위 세가지 이야기 위에도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이번 이야기는 독특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를 같은 제목으로 배치한 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작가의 경험을 다시 배치한다. 삶의 순간에 우리는 죽음, 이별, 썸, 사랑 등 남녀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비등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눈이 녹는점과 어는점이 같다는 것, 어떤 계기에 의해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이다. 사람 사이에서도 어떤 '계기'에 의해 변화가 일어난다. 그 계기는 정해진 패턴이 없다. 우연의 산물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간은 변화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먼 곳에서의 여행을 통해 우정에서 사랑으로 썸을 탄다. 서로 맞지 않지만, 공통점이 많다고 착각하여 썸을 탄다. 그 썸의 과정이 어쩌면 눈이 녹아들어가는 비등점이 아닐까? 정이현의 이번 글은 내용이 짧고, 축약되어 생각의 공백이 많다. 따라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음을 던져보면서 보면 이 책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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